이송하(b.2000)는 동시대의 시공간에서 필연적으로 작가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다. 물리적으로 감각하는 세계와 초월적으로 존재하는 세상 사이에서, 세상을 넓히고자 어디론가 떠나고 알아가며, 우연히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일 때의 쾌감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는다. 그런 세계와 감각으로 향하는 경이로운 문을 거시적인 인류의 미적 유산과 미시적인 일상의 환경에서 찾는다. 이 시대에 존재하는 스스로의 사유, 문제의식, 아이디어 자체로 흥미를 느끼며, 이미지로 사고하고 언어로 묘사하며 손으로 직접 만드는 실천을 시도한다. 텍스트, 드로잉,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로 이어지는 작업 과정은 예술적 영감과 인문학적 상상력, 그리고 시공간 사이의 화학작용에 의한 재창조의 결과물이다. Songha Lee(b. 2000) is interested in living as an artist in the inevitable spatiotemporal context of the contemporary world. Between the physically perceptible world and the transcendent realm, she seeks to expand the world by traveling, exploring, and finding inspiration in the thrill of stepping into an unknown world. Moreover, she finds a wondrous door leading toward such worlds and sensations in both the grand aesthetic legacy of humanity and the subtle environment of everyday life. She finds fascination in her own thoughts, questions, and ideas that exist in this era, and she attempts to practice by thinking through images, describing through language, and creating directly with her hands. Her creative process, spanning various media such as text, drawing, installation, and sound, is the result of artistic inspiration, humanistic imagination, and the chemical reaction between space and time.
김희수 아트센터_ 김민기 <아침이슬> 소환 프로젝트

나는 과거에 부재한 타자의 언어와 정서에 공명하기 위한 예술적 방식을 고민해왔다. 이전 작업에서는 문학가 전혜린의 문장을 오르골 악보에 새기고, 직접 구멍을 뚫어 만든 음악 상자를 통해 소리를 물질화하며 그 유령과 감정을 현재로 소환했다. 이 <길동무>와 <손짓들 시리즈>는 그 연장선상에서 손으로 악기를 만들고, 역사 속에서 금지되었던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새롭게 번역해 부르는 행위를 통해 감각과 시간의 층위를 엮는다.

민중가요로 널리 알려진 <아침이슬>은 내게 정치적 상징이기보다 먼저 감정의 파장으로 다가왔다. 독일어 번역본으로 처음 접한 이 노래는 언어를 초월해 내 마음에 닿았고, 뒤늦게 왜 이 옛 노래가 독일에서 불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김민기의 삶과 음악을 추적하게 되었다. 그는 극단 학전을 운영하며 스스로 ‘뒷것’이 되기를 택하며 흔들림 없는 자세로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예술가였다. 독일 유학을 앞두고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시기의 내게, 그의 삶과 가사는 깊은 울림이자 위안이 되었다. 그 이후 나는 이 음악이 공동체와 개인, 언어와 문화, 세대와 매체를 이동하며 파생되고 변화하는 양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와 절친한 동료는 빈 극장에서 함께 우쿨렐레를 만든다. 김민기가 기꺼이 뒷것이 되었던 장소이자, 연극과 뮤지컬에 학창시절을 바친 나와 친구에게도 친숙한 무대다. 우리는 각기 다른 언어 – 한국어 원곡, 베를린 극단에서 녹음한 독일어 노래, 독일어 번역 가사 – 로 불린 노랫말을 우리의 대화의 리듬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스코어를 새긴다. 우쿨렐레는 포르투갈의 민속 악기에서 기원하여, 하와이 이주민 역사에서 문화 융합을 목적으로 후원받으며 현재 하와이를 대표하게 된 악기다. 우리의 손의 흔적과 대화의 리듬이 깃든 이 악기는 과거의 유산과 정서를 조율하고. 지금의 삶을 함께 그려 나가는 시간적 합주의 장치가 된다. 

<손짓들 시리즈>에는 1분짜리 세 가지의 손짓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빈 무대에 앉아 뒷것을 살피고 미래의 관객을 기다리는 <소환의 손짓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에너지가 오고 가는 <이동의 손짓들>, 언어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기에 낙서하듯 그리고 새기고 문지르며 조형적 번역을 시도하는 <번역의 손짓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이 담긴 <길동무>의 핵심 장면은 나의 절친한 동료가 나의 언어로 번역된 <아침이슬>을 부르는 의례이다. 그는 내 삶을 가장 가까이서 함께한 증인이자 감정의 번역자이며, 소환의 매개자이다. 이 작업은 그저 과거의 노래를 복원하거나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와 시간, 서사와 매체가 겹쳐지며 감동이 재번역되고, 다른 울림으로 전파되는 과정이다. 예술은 결국 미적 유산 혹은 누군가를 소환하고, 그와 함께 다시 울리는 감정의 파장을 만드는 일이라는 내 믿음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지금-여기의 감각으로 ‘불러낸다’는 행위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닿기를 기다리는 열린 노래다. 

이송하, <소환의 손짓들>, 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분.

이송하, <이동의 손짓들>, 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분.

이송하, <번역의 손짓들>, 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분.


이송하, <길동무(Erhebe Mich und Geh)>, 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분 33초.
이송하, <길동무(Erhebe Mich und Geh)>, 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분 33초.